2026년 8월 3일 월요일

기다림과 양보가 빚어낸 15배의 기적: 지분 경매와 미등기 흙집의 비밀

 

[실전 경매] 기다림과 양보가 빚어낸 15배의 기적: 지분 경매와 미등기 흙집의 비밀

흔히 경매라고 하면 누군가의 눈물이 밴 집을 헐값에 빼앗고, 집을 비워달라며 언성을 높이는 살벌한 전쟁터를 상상하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경매가 가진 진정한 얼굴이자, 진짜 고수들이 어떻게 선한 마음으로 부를 축적하는지 보여주는 따뜻한 실전 사례입니다.

시곗바늘을 2009년 여름,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화성 궁평항 인근의 평화로운 시골 마을로 되돌려 봅니다.


1. 조각난 땅과 '공유자 우선 매수권'의 이면

그해 여름, 제 사무실 근처의 여유 있는 지인 한 분이 조용히 묻어둘 만한 좋은 경매 물건을 부탁하셨습니다. 우리는 함께 화성 궁평항 근처로 현장 조사를 나갔습니다.

완만한 구릉지에 볕이 잘 드는 참으로 아름다운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9필지의 토지는 전체지분이 아닌 '지분 경매'라는 복잡한 꼬리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어떤 조각은 3분의 1, 어떤 조각은 10분의 1처럼 소유권의 파편만이 흩어져 경매에 나온 상태였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낯선 이방인이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원래 지분을 가진 가족이나 친지에게 먼저 살 권리를 주는 '공유자 우선 매수권(공유물건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살 수 있는 법적 권리)' 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생리는 법과 다릅니다. 

지분이 경매로 넘어갈 정도면 이미 가족 간에 사이가 멀어진 경우가 태반입니다. 평소엔 돕지 않다가 경매에 넘어가니 싼값에 가로채는 것이 서로 껄끄러워 방어에 나서지 않은 것이죠. 결국 이 물건은 세 번이나 유찰되며 최초 감정가의 34% 수준까지 가격이 바닥을 쳤습니다.

2. 안성 아파트가 알려주는 수익의 원천, "열세를 공략하라"

우리는 이 9필지의 토지를  최저가에 전부 입찰하기로 과감히 결정했습니다. 그것도 최초 감정가의 단 34%라는 초저가를 고수했습니다. 

결과는 4개 지분 낙찰. 당연히 모양이 반듯하고 좋은 위치의 지분은 돈을 더 쓴 남들의 차지가 되었고, 우리는 상대적으로 밀려난 흠집 있는 조각들을 받게 되었습니다.

속이 상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경매 수익을 극대화하는 핵심 비법이 나옵니다. 같은 토지나 건물이라도 남들이 꺼리는 '열세에 있는 물건'을 무조건 싸게 잡아내는 것입니다.

과거 안성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10채가 넘는 물건이 동시에 경매로 쏟아진 적이 있습니다. 볕이 잘 드는 선호 층은 5대 1이 넘는 경쟁이 붙었지만, 1층 같은 저층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저층 2채를 최저가로 가볍게 낙찰받았습니다.

매매 가격은 층수에 따라 다르지만, 놀랍게도 세입자가 들어오는 '전세가'는 선호 층이나 저층이나 같았습니다. 결국 전세로 투자금을 100% 회수하고, 내 돈 한 푼 없이 1채당 5천만 원 이상의 순수익을 남긴 채 3년 뒤 느긋하게 매각했습니다.

궁평항의 토지 역시 법원 감정 금액은 대동소이했습니다. 모양이 조금 빠지더라도 34%라는 바닥 가격에 주워 담은 우리의 전략은 이미 승리를 쟁취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3. 미등기 흙집과의 조우, 그리고 발상의 전환

낙찰받은 4개의 조각을 모아 약 150평의 온전한 땅을 만들려 했으나, 나머지 지분권자들은 좋은 위치를 내어주기 싫다며 거절했습니다. 계획이 틀어진 순간, 제 눈에 아주 오래된 낡은 흙집 한 채가 서 있는 250평짜리 땅이 들어왔습니다.

시골 마을에 흔한 '미등기 주택(국가 장부에 올라가 있지 않은 집)'이었습니다. 그곳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께서 살고 계셨습니다. 

이 땅은  함부로 철거할 수 없는 강력한 권리인 '법정 지상권(땅 주인이 건물을 마음대로 없앨 수 없는 권리)'이 성립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초보자들은 절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무서운 물건이죠.

하지만 저는 여기서 억지로 싸우는 대신 발상을 뒤집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4개의 알토란 같은 지분 전부 넘겨드릴 테니, 저 낡은 흙집이 있는 250평짜리 땅의 절반 지분을 우리에게 넘기십시오."

상대방은 골치 아픈 흙집 땅을 털어내고 쓸모 있는 땅을 챙겼다며 쾌재를 불렀고, 맞교환은 단숨에 성사되었습니다.


4. 넉넉한 양보가 만들어낸 15배의 기적

이제 우리는 흙집 땅의 절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비록 남의 집이 내 땅을 깔고 앉아 당장 내쫓지는 못해도, 남의 땅을 사용하는 대가인 '지료(땅 사용료)'는 당당하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조용히 흙집을 찾아가 노부부와 마주 앉았습니다. 조급한 투자자였다면 당장 땅 사용료를 내놓으라며 내용증명을 보내고 법원을 들락거렸겠지만, 저를 믿어준 의뢰인 사장님은 참으로 넉넉한 분이셨습니다.

"어르신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동네 터가 너무 좋아 평생이라도 가슴에 품고 갈 생각입니다. 두 분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땅 사용료 문제로 행정 조치를 취하거나 경매로 넘기는 일은 일절 없을 것입니다. 그냥 잊고 편안하게 사십시오."

우리는 권리마저 서랍 속에 깊이 넣어둔 채, 노부부의 평화로운 노후를 단 하루도 위협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노부부께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편안하게 세상의 소풍을 마치셨고, 남은 친척분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지분까지 저희 쪽으로 양도해 주셨습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반쪽짜리 지분, 낡은 미등기 흙집이 있어 쓸모없다며 손가락질받던 그 땅이 마침내 200평이 훌쩍 넘는 온전하고 흠결 없는 '하나의 땅'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우리가 묻어둔 시간 동안 화성 일대에는 거대한 개발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34%라는 초저가에 매입했던 투자금과 훗날 나머지 지분을 가져올 때 들어간 비용을 모두 합쳐도, 그 땅의 가치는 무려 10배에서 15배로 치솟아 있었습니다.

맺음말: 진정한 경매 고수의 길

초보자들은 흔히 경매를 권리와 권리가 피 터지게 싸우는 전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들이 외면하는 열세 물건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통찰력, 그리고 강력한 권리 앞에서도 타인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않는 선한 배려야말로 진정한 수익의 열쇠입니다.

조금 양보하고, 선한 마음으로 물건을 대하십시오. 그 선한 의도와 인내의 시간은 결코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고, 상상 이상의 큰 과실로 돌아올 것입니다. 경매라는 낯선 바다에 돛을 올린 여러분께 이 따뜻한 기다림의 이야기가 작은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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